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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개조(Low pass filter 제거)한 EOS 650D

 

  DSLR로 천체사진 찍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캐논, 니콘, 펜탁스 중에서 캐논을 선호한다. 캐논 DSLR은 타사보다 노이즈 억제력을 포함해서 천체사진에 적합하다는게 정설이다. 단순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만을 보면 요즘엔 세 회사보다 오히려 소니가 더 나은 것 같다. 정말 미쳤다 싶을 정도로-_ -;; 물론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억제력만을 놓고 적합성을 판단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캐논의 DSLR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Low pass filter의 존재이다.

 

캐논 650D의 촬상소자 모식도실제 Low pass filter의 모습

  우리가 흔히 LPF로 부르는 부분은 위의 왼쪽 그림에서 Infrared-absoption glass이다. 우선 이 LPF의 역할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LPF는 모아레 현상(Moire effect)를 줄여주고 CMOS에 먼지, 충격, IR 등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먼지나 충격은 다른걸로도 대체가 가능할 것이니 아마도 모아레 현상과 IR 차단이 가장 큰 역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IR을 차단하는 역할이 천체사진에서는 아주 치명적이다. 위의 오른쪽 그림을 보면 LPF의 색이 약간 푸른빛을 띄고 있다. 그 말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붉은색 쪽의 투과도가 푸른색 쪽의 투과도보다 낮다는 뜻이다. 즉, LPF는 IR을 흡수차단하면서 붉은색의 가시광선도 일부 흡수하여 차단한다는 것이다.

 

가시광선의 스펙트럼. 일반적으로 400nm~700nm정도를 가시광선 영역이라고 한다. 

가시광선에서 CMOS에서 RGB로 인식되는 파장영역.

  우리는 전자기파중에서 400nm~700nm의 파장대를 일반적으로 가시광선이라고 하고 400nm보다 짧으면 자외선, 700nm보다 길면 적외선이라고 한다. CMOS에서는 일반적으로 400nm~500nm를 B(blue, 청색), 500nm~600nm를 G(green, 녹색), 600nm~700nm를 R(red, 적색)으로 인식하며, RGB의 조합으로 색을 만들어낸다.

  한편, 지난번에도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2015/10/20 - [ Photo Miscellany/천체] - 장미 성운과 마차부자리의 deep sky들 우주에는 다른 원소에 비해 수소가 비교적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성간물질이 대부분 수소이며, 성운을 구성하는 물질도 대부분이 수소이다.  이러한 수소가 모여서 핵융합을 시작하면 비로소 스스로 빛나는 항성이 된다. 이러한 수소가 근처의 항성으로부터 (전자기파 형태의)에너지를 받으면 들뜬 상태가 되는데 이들이 다시 바닥 상태로 돌아올 때,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전자기파 형태로 내어 놓는다. 수소가 내어 놓는 전자기파는 들뜬 상태와 바닥 상태의 에너지 준위에 따라 라이먼 계열, 발머 계열, 파셴 계열...등 여러가지 계열로 존재하는데, 특히 발머 계열에서 n3→n2로 떨어질 때 발생되는 Hα 선의 파장은 656.3nm로 가시광선영역에서 붉은색에 속하며, 많은 발광성운이 이 Hα 선을 방출(즉, 발광)한다고 알려져있다.

 

H-alpha line의 파장. 약 656.3nm이며 적색영역에 속한다.

   한편, 앞에서 말했다시피 캐논의 경우에는 CMOS앞에 LPF가 존재하며 IR을 흡수 차단하는데 이녀석이 IR 뿐만 아니라 550nm이후의 가시광선을 흡수하며, 파장이 길어질수록 흡수의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특히 Hα 선의 경우에는 27%만이 투과를 하며 나머지는 LPF에 흡수되어버린다. 이 LPF를 제거한다면 Hα 선을 방출하는 발광성운에 대한 감도가 약 3.5배 이상 증가 할 것이다. 이는 LPF를 제거해서 잃어버리는 것에 비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따라서 많은 천체사진가들은 이 LPF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필자도 마찬가지로  LPF 제거의 필요성을 느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LFP가 흡수하는 영역. IR뿐만 아니라 550nm 이후의 가시광선을 흡수하기 시작하며 파장이 길어질수록 흡수정도가 증가한다.

  많은 캐논 DSLR 중에서 필자가 선택한 DSLR은 EOS 650D이다. Digic5 이미지 프로세스에 현재 EOS 750D까지 나와있는 상황이라 중고값으로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기 때문이다. 사실 같은 이미지 프로세스인 EOS 100D를 놓고 고민을 했었다. 결정적으로 EOS 650D를 선택하게 된 것은 배터리 용량과 Tilt LCD의 지원이었다. 배터리는 말할 것도 없고, Tilt LCD는 천체가 천정을 향했을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EOS 60D를 써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OS 650D의 전면.

 

EOS 650D의 후면.

  푸른색을 띄고 있는 LPF를 제거하고 하니 CMOS의 색이 바뀌었다. 원래의 CMOS가 좀 더 컬러풀함을 알 수 있다.

 

LPF 제거 전의 EOS 650D의 CMOS.LPF 제거 후의 EOS 650D의 CMOS.

 

  다만, LPF를 제거했기 때문에 Hα 선 뿐만 아니라 550nm보다 긴 파장의 가시광선에 대한 감도가 증가한다. 따라서 사진이 전반적으로 붉게 나올것이며 Auto로 보정을 해도 LPF가 있는 상태가 기준이기 때문에 여전히 붉은 기운이 남아있을 것이다. 사진 내에 흰색의 피사체가 없다면 Whitebalance를 맞추는게 쉽지는 않을 것같다. 앞으로는 색감보정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