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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길에서 만나다2.0


 내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참으로 단순했다. DSLR을 사야했기 때문이었다. 천체사진을 찍기 위해서. 하지만 천체사진은,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잘 오지 않는다, 월령-날씨-시간의 삼위일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진생활을 시작했다. 사진을 찍어보니 천체사진과는 너무나 달랐다. 사진가들에게 천체사진은 완전 다른 세계인 것처럼 나도 일반의 사진은 다른세계였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4여년이 지나갔고 현재는 그것이 부쩍 뜸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쁨'. 하지만 난 알고있다. 그건 핑계라는 것을. 아마 처음보다 '열정'이 많이 식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열정이 식었을까?

 사진찍는 것은 취미할동이다. 취미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재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왜 재미를 잃었나? 조금 더 사유를 해보았다.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뭔가가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 여기에 올린 글, 남의 사진 등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뭘 찍어야 할 지 모르겠다.' 와 '왜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에 도달하게 되었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 이 두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근원적인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사유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다음과 같다. 카메라는 EOS 6D. 렌즈는 소위 L렌즈 삼형제라고 불리는 EF 16-35mm f/2.8LⅡ USM, EF 24-70mm f/2.8LⅡ USM, EF 70-200mm f/2.8L ISⅡ USM. 거기에다 최근에는 표준화각 단렌즈 중에서 빨간띠를 두르고 있는 EF 50mm f/1.2L USM를 영입했다. 심지어 430EXⅢ-RT라는 이름의 스트로보와 190XB 삼각대, 496RC2 볼해드까지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못찍을 사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표준을 마운트 하면 망원을 마운트 하고 싶어졌고, 망원을 마운트 하면 광각이 아쉬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진 찍는 것이 점점 재미없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왜 사진을 찍는지 모르니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니 한 렌즈를 선택하면 다른 화각대의 렌즈가 아쉽구나!'

 그렇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 뜸해진 이유는 바로 '사진을 찍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다. 아마 사진을 찍는 이유는 내가 변할 때마다 바뀔 것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조그마한 것일지라도, 깃털보다 가벼울지라도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서 항상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블로그는 단순히 미학적으로 예쁜 사진만을 포스팅 하는 곳이 아니라 그것을 찾는 도구로 사용 할 것이다.


2016. 10. 07. 천랑성_Si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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