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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L사당과 소년 그리고 별 제 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가고 또 한 번의 비가 내린다. 오후가 되자 회색빛 구름이 흰색으로 점점 옷을 갈아입더니 이내 쪽빛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고 흰색과 흰색 사이에서 맑은 햇볕이 쏟아져내린다. 얼른 스마트 폰을 꺼내어 달의 위상 정보를 제공해주는 앱을 실행했다. 상현달 하루 전이다. 별과 만날 수 있는 달의 조건이다. 하지만 구름이 완전 걷힌 것은 아니었고 위성사진을 통해서 서쪽에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확률은 반반이다. 저녁이 되자 전주의 밤하늘에는 구름이 거의 없었다. 물과 약간의 주전부리를 사들고 M고개를 향해 달린다. 'M'모양의 카시오페아 자리가 선루프를 통해 인사한다. 'W'가 아닌 'M'. 가을임을 알 수 있다. M고개로 가기전에 L사당에 들린다. 평소에 눈여겨 보고 있던 .. 더보기
캘리포니아 성운 오랜만에 천체사진을 찍으러 M고개에 갔다가 신선놀음(?) 할 뻔 했다. 해발고도 1,000m가까운 곳이라 구름 속을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 그래서 근처에 L생가로 향했다. 극축정렬을 하고 대충 카메라 세팅을 하고 캘리포니아 성운(NGC1499)을 찍으려고 하는 찰나,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 것이 아닌가! 중부지방의 구름이 내려온 것이다. 설상가상 적도의도 고장이 나버렸다. 오랜만의 출동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지금 적도의가 가장 큰 걱정이다. 케이블이나 기판 쪽의 문제인 것 같은데...... 제발 큰 돈이 들지 않기를! 더보기
따뜻함과 아련함 난 따뜻함이 좋다. 아련함도 좋다. 하지만 아련함은 싫어졌다. 따뜻함과 아련함이 합쳐져 따뜻함은 아련한 무언가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련함은 과거에 어울리는 존재니까. 난 지금 따뜻하고 싶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더보기
어느 날의 오후 기분 나쁠만큼 좋은 날씨의 어느 일요일 오후, 지인의 부름을 받아 커피 한 잔 하러 카페로 향했다. 당도한 곳은 여자들이 모여서 딱 수다떨기 좋게 생긴 카페. 아니나 다를까 십수명의 손님중에 한 커플을 제외하면 남자는 나 혼자였다. 수다를 안주삼아 마시는 커피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여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언제나 낯설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던 중 혼자서 커피와 케잌을 즐기고 있던 여자를 발견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앞에 놓여진 먹을거리가 너무나 사치스럽다. 기다림과 만남, 혼자와 무리가 혼재하는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후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골목 안의 카페. 기다리기 위한 공간보다는 만나기 위한 공간. 내 눈에 비친 그녀는 외롭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만의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