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나쁠만큼 좋은 날씨의 어느 일요일 오후, 지인의 부름을 받아 커피 한 잔 하러 카페로 향했다. 당도한 곳은 여자들이 모여서 딱 수다떨기 좋게 생긴 카페. 아니나 다를까 십수명의 손님중에 한 커플을 제외하면 남자는 나 혼자였다. 수다를 안주삼아 마시는 커피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여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언제나 낯설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던 중 혼자서 커피와 케잌을 즐기고 있던 여자를 발견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앞에 놓여진 먹을거리가 너무나 사치스럽다. 기다림과 만남, 혼자와 무리가 혼재하는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후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골목 안의 카페. 기다리기 위한 공간보다는 만나기 위한 공간. 내 눈에 비친 그녀는 외롭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겠지. 자그마한 사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