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essay

봄은 아직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 갑자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기온마저 오르면서 언제 필까 오매불망 기다리던 벚꽃이 기어이 피고야 말았다. 아주 행복했다, 봄의 포근한 분홍이 온 세상을 감쌀 때 나도 함께 감싸줄 것 같아서. 하지만 봄은 아직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봄이 아니라 너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봄이 되면 얼어붙었던 온 세상이 사르르 녹는 것처럼 마치 만년설 같던 네가 시나브로 녹을 것만 같아서, 그렇게 녹아버린 너를 나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봄은 아직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자기를 기망한 것을 알아차린 봄은 아직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을 찍는 이유  (0) 2017.04.10
여자, 봄을 만나다  (0) 2017.04.09
좋다고 말해  (0) 2017.04.07
변화와 변형  (2) 2017.04.06
멀리서  (0) 2017.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