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evious/천체

처녀작, 월령 11.2의 달, 그리고 넋두리

 

 

100% crop

  2013년 2월 21일, 마침내 나의 장비로 첫 천체사진을 찍었다. 천체사진을 찍고싶다고, 반드시 찍을거라고 생각한지 13년만이다. 사용한 망원경은 사진과 안시 모두 발군이라는, 초보에게는 굉장히 과분한, FLT 98mm Triplet APO DDG를 사용하였다. 적도의는 사진용으로는 최고라는, 하지만 나와는 궁합이 안맞아 내치고 없는(...), EM-200 temma PC, 끝으로 카메라는 내 생에 처음으로 접하는 DSLR인 EOS 60D를 사용하였다. 경통과 적도의(+굴절망원경용 삼각대)와 DSLR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만들어낸 쾌거인 것이다.

  사실 천체사진을 주로 찍는 사람에게 달 촬영은 너무나 쉽다. 크기가 엄청나고(0.5˚각거리), 극축을 맞출 필요도 없을 뿐더러, 너무 밝아 장노출을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에게 쉽다하여 나도 쉬운것은 아니다. 그나마 나는 고등학교 천문써클, 대학교 천체관측 동아리를 통해서 근근히 안시관측을 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찍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달조차 녹록한 상대가 아닐것이다.

  이러한 기분도 잠시뿐이었다. 지난 1년 동안 EM-200과 씨름하면서 힘이 많이 빠진데다가 deep sky와 성야를 찍을려면 광해와 연무가 최대한 없는 어두운 하늘이 꼭 필요했고, 이런 하늘을 만나려면 대도시에서 떨어진 대부분 해발 1000m이상인 곳으로 가야한다. 그럴려면 차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진작 알고 있던 것을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허나 내 인생계획상 차는 2016년에 살 예정이기에 고작 취미생활만을 하기 위해서 차를 구입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deep sky와 성야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래서 타협으르 한 것이 행성과 달이다. 이 놈들은 비교적 안좋은 하늘에서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성(그래봤자 목성, 토성이 전부이지만)과 달을 중점적으로 찍자고 생각했지만, 새로 영입한 적도의인 Sphinx Deluxe, SXD의 극축망원경의 극축정렬이 살짝 틀어지고 거기에다가 삼각대 나사가 빠져버렸는데, A/S받으려면 선두과학사까지 보내야했기에, 이마져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이놈들을 크게 찍어보려고 QHY5 color와 확대촬영 어댑터까지 샀는데 말이다. 어찌되었든간에 결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나머지 FLT 98mm Triplet APO DDG와 SXD는 거의 반년째 잠자고 있다. 가끔씩 곰팡이가 슬었나 확인하는 정도... 참 좋은 장비인데도 불구하고 주인 잘못 만나서 별빛을 못 쐬고 있는게 참 미안하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다시 시작 할 것을 알기에 함부로 내치지 못한다. 조금만 참자. 나도 사실은 누구보다도 deep sky와 성야사진을 찍고 싶으니까...!!

  Add.) 사람들은 DSLR장비가 무거워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천체사진장비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 접근성도 좋고 장비도 간편(!)하고 throughput도 좋아서 그런걸까? 어디 갈 때마다 6D와 신계륵을 챙겨간다. 덕분에 사진이 늘고있는 것 같다. 어서 천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할텐데...

'Previous > 천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 위의 별  (0) 2014.04.27
해월리의 밤  (2) 2014.04.24
전주 월드컵 경기장과 별  (0) 2014.04.15
은하수와 성야  (0) 2014.04.15
처녀 Deep sky  (3)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