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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신안군 임자도의 튤립, 그리고 해무

  정말 오래간만에 전주 카메라 동호회의 정기출사에 나섰다. 2년으로도 모자란 긴 시간이다. 이번 정출에 참여하기 위해서 토요일에 대구에서 전주로 넘어왔다. 출사 장소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임자도와 함평군에 있는 엑스포 공원이다. 먼저 임자도로 가기 위해서 신안군에 있는 점암선착장으로 향했다. 4월 중순이지만 아직 아침공기는 쌀쌀하다. 신안군은 대부분이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있다. 전라남도가 섬이 많다는 것은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배울만큼 상식인데, 신안군이 그 대표인 듯 했다. 나는 고향이 대구광역시라 바다하면 동해였다. 답답한 마음이 들 때 찾곤 하는 곳.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있어서 황해는 갈때마다 새롭다. 일단 바닷물이 이름처럼 노랗고, 어김없이 섬이 있다. 동해의 시원하고 탁트인 느낌은 나지 않는다.


 

 

 점암선착장에 도착해보니 짙은 해무가 끼어있었다. 바다의 안개는 처음이다. 육지의 안개는 해가 뜨면 기온이 올라서 대부분 사라진다. 해무도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9시 배에 승선하기로 계획했고, 경험상 그 시간이면 충분히 사라지고도 남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건 어설픈 예견이었다. 선착장은 선박의 엔진소리 대신 배가 뜨지 않는다는 방송으로 가득채워졌다.

 같이 간 회원들 중 몇 분은 맥주를 마시며, 몇 분은 선착장의 튤립을 찍으며 지루한 시간을 나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해무가 없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에 10시까지만 기다리기로 했고, 시간이 흘러 10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상황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다. 거의 포기에 가까워진 순간, 썰물처럼 해무가 걷히면서 훼리의 엔진소리와 함께 10시 배가 뜬다는 방송이 선착장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는 서둘러 10시 배에 승선 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바다는 우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쓰나미처럼 해무가 갑자기 밀려왔다.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럴 때 새삼 대자연의 생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10시 반 배에 승선 할 수 있었다. 이 날의 첫 배였다. 점암선착장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해무는 어제부터 시작했고 그 때문에 임자도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했다. 배가 뜬다는 소식은 우리보다는 아마 임자도에 있는 내륙인들이 더 반가웠을 것이다.




  우리는 임자도 진리선착장에서 하선한 다음, 셔틀버스를 타고 신안튤립공원에 도착했다.



 임자도에 들어오면 더이상의 해무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해무가 달갑지 않은것만은 아니었다. 해무 덕분에 연출된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튤립공원 옆에는 유채꽃밭이 있었다. 문이 잠겨져 있어서 들어 갈 수 없었지만 그래서 유채의 강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는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다.




 그 날은 왜 였을까? 예쁘고 화려한 튤립이 충분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낙화하고 있는 튤립과, 튤립이 아니기에 주목받지 못하는 이름 모를 꽃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요즘들어 내 모습이 마치 회사라는 집단주의의 화단에 있는 한송이 튤립같아서, 비록 낙화하고 있지만, 튤립이 아니라서 화단안에 있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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